통합의 신뢰는 재정이 어려울 때 무엇을 먼저 지키는지에서 시작
교직원 월급을 위해 은행 대출까지 검토하는 교육청
교육청이 교직원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단기간 돈을 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방정부가 교육청에 제때 보내지 못한 돈이 쌓이면서 오는 11월과 12월 인건비 지급에도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더 큰 도시와 더 많은 재정을 이야기해 온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논란이 된 돈은 ‘법정전출금’이다. 통합시가 거둔 지방세 가운데 법에서 정한 금액을 교육청에 넘겨 학교 운영과 학생 복지, 교직원 인건비 등에 사용하도록 하는 재원이다. 형편이 좋을 때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이 아니라, 교육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돈이다.
400억 원이 빠진 통합시의 첫 추경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옛 광주시가 올해 교육청에 넘겨야 할 돈 가운데 편성하지 못한 1,000억 원이다. 통합시는 이 가운데 400억 원을 첫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계획이었으나, 지방채를 당초 계획만큼 발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해당 금액을 수정예산안에서 제외했다. 시의회는 9월 18일 교육청 전출금 400억 원이 복원되지 않은 추경안을 최종 의결했다.
400억 원이 교육청에 지급해야 할 돈의 전부는 아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옛 전남과 광주의 관련 법정전출금 요구액 가운데 약 1,351억 원이 이번 추경까지 편성되지 않았다. 교육청은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기관 단기차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아직 실제 차입 규모와 조건이 최종 확정됐는지는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교육재정의 자금 사정이 상당히 빠듯해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통합시에도 설명할 사정은 있다. 세금 수입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을 비롯해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는 계속 돈이 들어간다. 지방채 발행이 의회에서 계획대로 승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400억 원을 다른 곳에서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집행부의 입장이다. 시는 연말 추가경정예산이나 내년도 본예산을 통해 미편성된 전출금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돈이 부족할 때 무엇을 먼저 지킬 것인가
그러나 이번 사안을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로만 볼 수는 없다. 재정은 언제나 부족하고, 모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 모자랄 때 무엇을 먼저 지키고 무엇을 뒤로 미룰 것인지 정하는 기준이다.
이번 추경에는 교육청 전출금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시의회 전문위원 검토 과정에서는 신규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통합시는 왜 법에 따라 교육청에 보내야 할 재원보다 다른 사업을 먼저 편성했는지 시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이번 글이 묻는 것도 특정 사업의 위법성이나 관계자의 의도가 아니라, 통합정부가 선택한 재정의 우선순위다.
내년의 5조 원이 올해의 부족분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정부는 2027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총 5조 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년에 목적을 정해 지원되는 돈과 올해 통합시의 기본 살림에 필요한 돈은 서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내년의 5조 원으로 올해 부족한 교육청 전출금을 곧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큰돈이 들어오기 전에 기존 세입과 빚, 법정지출을 제대로 관리할 준비가 돼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대책은 복잡하지 않다. 통합시는 교육청에 보내지 못한 금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언제 어떤 재원으로 지급할 것인지부터 공개해야 한다. 교육청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게 된다면 차입액과 이자 부담, 상환계획도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앞으로 세입이 부족해질 경우 교육·복지·안전처럼 먼저 보호할 분야와 조정할 사업의 순서도 미리 정할 필요가 있다.
순천과 동부권의 약속도 운영비까지 따져야 한다
순천과 동부권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동부청사 강화와 의료·교육·교통사업이 발표되더라도 첫해 사업비만 있고 이후 운영비가 없다면 약속은 오래가기 어렵다. 새로운 사업을 얼마나 많이 가져오느냐와 함께, 그 사업을 누가 어떤 돈으로 지속할 것인지까지 따져야 한다.
통합정부의 능력은 돈이 많을 때보다 부족할 때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큰 사업을 발표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교육과 복지, 안전처럼 시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약속을 어려운 순간에도 지키는 능력은 더 중요하다. 5조 원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미편성된 교육재정을 언제 어떻게 지급할지 밝히는 것, 그것이 통합시가 시민의 신뢰를 얻는 첫걸음이다.
[저작권자ⓒ 포커스N전남.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